그는 성실하게 진술하려 애쓰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기억을 맹신하지 않고, 여러 가능성들을 타진하면서도 조심스럽게 그는 한달여의 일들을 가만가만 짚어나갔다. 그는 기억의 공백에 대해서 자의적으로 메우지 않고, 공백 그대로를 진술하는 사람이었다. 상급자에게 모욕을 당한 횟수에 대해서도 그는 “욕설을 들은 것은 단 한 번이었어요”하고 말했다. 그 상급자가 매일같이 그에게 물량압박을 하고, 그를 비하하거나 비아냥거리는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 김도훈씨(가명)에게 욕설과 압박을 여러차례 했다는 말씀이죠?“하고 내가 되물었을 때,
300만명의 사람이 죽었지만 처벌받은 자는 없었다. 영화 ‘액트 오브 킬링’은 가해자들을 처벌하지 않은 사회가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삭제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그곳에서 ‘자유’라는 단어는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자유’라는 문장을 완성시키기 위해 쓰인다. 인도네시아에서 300만명의 공산당원과 민간인을 학살한 집단의 이름은 실제로도 ‘프리만(freeman)’이었다. 8년 전 거대한 조선소 안, 지워진 죽음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그녀는 그 날을 추석을 쇠고 온 다음날이었다고 기억했다. 족장일(선박의 블록 내외부에 발판,
‘미인’은 여성형 명사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언어의 기본값은 남성인데 ‘미인’만은 그렇지 않다. 이 단어는 유일하게 여성에게 인간의 지위를 허용하고 있다. 단, 아름답다는 조건 하에서다. ‘미’라는 족쇄는 오직 여성만을 향하므로 ‘미인’이라는 단어는 여성형으로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나아가 ‘미’의 기준을 만드는 것은 남성이므로, 결국 여성의 인간적 지위의 박탈 여부는 남성에게 달려있게 된다. 실제로 여성들은 남성이 규정한 미의 기준에 부합되지 않으면 ‘죄인’으로 불리거나, 사회적 지위를 박탈당해왔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